경기둔화 되면 합병은행 인력감축 '칼바람'
경기둔화 되면 합병은행 인력감축 '칼바람'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2.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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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이전 군살 제거 확실히 해두어야
최근 국내 은행간 추가 합병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은행원들은 인력조정 문제에 무엇보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당장은 간부급 이하 은행원들의 경우 감원 위험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경기 변화에 따른 잠재적 위험까지 예방할 수는 없다.

특히 내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합병 은행의 경영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즉, 이들 은행들이 합병시 인력감축 및 군살제거 과제를 확실히 해두지 않고 경기 둔화를 맞는다면 합병을 하지 않은 다른 은행들보다 더 큰 경영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내 정서상 인력감축이 용이하지 않은데다 경영난 위험도 따른다면 합병 후유증은 예상 밖으로 커질 수도 있다.
불과 2년전 합병을 단행한 미국의 JP모건 체이스의 사례를 참고로 살펴보자.

지난 2000년 12월 JP모건과 체이스맨하탄은행이 전격 합병을 단행해 출범한 JP모건 체이스. 합병 이후 꾸준히 인원감축을 단행해 온 이 투자은행은 올해 4/4분기에도 2000명을 추가로 줄이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2년 동안 합병 이전 JP모건쪽 인원 규모 만큼을 거의 다 줄였다. 합병을 통해 한쪽 조직 규모의 대부분이 감축된 것이다.

JP모건 체이스가 인력을 이렇게 줄일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둔화된 미 경제 성장을 포함해 3년 가까이 침체한 증시가 주원인이다.

은행의 경우 경기가 둔화되면 신규 대출 업무가 부진해지고 기존 예대마진 수익 구조도 취약해진다. 여기다 한국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수익 내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더 나아가 경기침체가 심해지면 대출 부실화율이 높아져 충당금 부담이 가중된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감축경영 및 신규 수익원 발굴이 불가피하다. 신규 수익원 발굴이야 평상시도 빼 놓을 수 없는 은행들의 과제지만 감축경영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감축 경영을 위해서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

부진한 경기 양상과 함께 은행의 감축 경영이 화두가 된다면 덩치가 큰 합병 은행이 제일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다. 합병을 거치면서 충분한 인력 감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고 증시가 좋을 때는 합병을 통해 주가도 뛰고 경영성과도 봐줄만 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 부진에 따라 시장 전체가 힘을 잃을 때 합병 은행으로서는 인력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국내 은행의 경우 부실 은행 퇴출이나 완전한 흡수 합병이 아닌 바에야 여전히 충분히 인력을 줄일 수 없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합병 당시 강제 인력 감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결과 유급 1년 휴무제를 실시했고 또 최근 명퇴 등을 동원해 인력을 줄이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현재 세계적 경기 둔화나 더 나아가서 디플레 우려는 말 그대로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다. 그러나 최근 경제 지표들이 소폭 호조를 띠기 시작한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이나 일본 등 여타 선진국들은 여전히 경기 둔화와 디플레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그린스펀 의장도 지난 번 전격적인 0.5%p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디플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리인하 폭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내년 이후 경기가 살지 않거나 오히려 성장세가 둔화되면 금융권도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

미국 경제 성장 기조가 둔화되면 바로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엄연한 현실. 그러나 더 직접적으로는 미국 은행들의 인력이 줄면 그들의 생산성, 수익성 지표가 한국의 은행들을 다시 한번 앞서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그 동안의 국내 금융 구조조정이 그랬듯이 우리 은행의 각종 경영판단 지표는 주로 미국의 것을 기준으로 했다. 따라서 미국 은행들의 인력감축 및 감축 경영은 바로 국내 은행의 군살을 과감하게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독과점화된 국내 은행산업의 추세, 또는 경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 조세 혜택 등의 이유를 들어 최근 국내 은행 추가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은행은 이미 하나은행에 넘어갔고 정부의 조흥은행 지분을 신한은행 등으로 매각한다는 방침도 현재로서는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들 은행간 결합이 시장 원리에 맞는 당연한 선택이며 자회사나 지주회사 방식보다는 합병이 더 타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원론적으로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세계 및 국내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면 합병 은행이 겪게 될 경영압박은 대단할 것이다. 물론 홀로 남아있는 은행들도 경기둔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1인당 자산규모, 점포 당 수신 및 여수신, 수익 규모 등에서 합병은행은 더욱 불리해진다.

따라서 은행간 합병을 단행할 경우 사전에 인력을 포함해 군살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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