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은행 vs 증권, 일임형 ISA 3개월 성적표
[초점] 은행 vs 증권, 일임형 ISA 3개월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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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및 증권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모델포트폴리오(MP) 대표 수익률 비교공시 중 상위 10개 MP 3개월 운용 수익률. 은행 MP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7월 31일 기준. 단위: %. (자료 = ISA다모아)

은행 MP 평균수익률 0.23%…증권의 1/4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성장 돌파구의 일환으로 일임업에 뛰어든 은행의 초기 성과가 처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임형 상품 3개월 운용 수익률은 지난 7월 말 기준 평균 0.23% 수준에 불과했다.

29일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기준 4개 은행(KB국민·IBK기업·신한·우리은행)이 제시한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 34개의 3개월 평균 운용 수익률을 단순 계산한 결과 0.23%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된 수익률은 수수료가 공제된 상태다.

같은 기간 15개 증권사(NH투자·대신·동부·메리츠·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삼성·신한금융투자·SK·HMC투자·유안타·키움·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현대증권)가 제시한 MP 116개의 기간 수익률은 평균 0.92%로 집계됐다.

투자자 성향별로 봤을 때도 은행 MP가 증권사 MP에 수익률 측면에서 뒤떨어졌다. MP는 총 5개 성향(초고위험·고위험·중위험·저위험·초저위험)으로 구분된다. 개인 투자자가 자신의 위험 성향에 맞게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MP가 다변화됐다.

가령 '초고위험' 성향의 MP 21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MP는 '메리츠 ISA 고수익 지향형B'로 기간 수익률이 3.58%에 달했다. 그 뒤를 'SK-ISA 공격형B'(2.74%), 'HMC투자증권 고수익추구형 B1(신흥국,대안투자형)'(2.33%) 등이 이었다. 상위권에 위치한 이들 3개 MP는 모두 증권사에서 내놓은 상품이다.

반면 같은 성향의 은행 MP 중에선 '우리 일임형 글로벌우량주 ISA (공격형)'가 1.12%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고, 'KB국민 만능 ISA 고수익추구 S형(안정배분형)' 등이 0.59%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우리 일임형 국내우량주 ISA (공격형)' 상품은 부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저조한 수익률(-1.38%)을 기록했다.

다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MP 숫자로 보면 은행과 증권이 비등했다. 은행 MP의 경우 12개, 증권 MP의 경우 13개로 오히려 증권이 1개가 더 많았다.

시장에선 MP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증권사가 은행보다 빠르게 리밸런싱(자산재조정)에 나선 것이 성과 차이를 키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P는 회사별 운용 전략 그 자체"라며 "어떤 종목을, 언제 바구니에 담고 빼느냐의 문제인 만큼 많이 해본 회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용진 의원도 이와 관련해 "서민재산 증식에 도움을 주겠다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약속과 달리 ISA는 적금보다도 못한 초라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증권과 은행이라는 업계 특성 상 조금 더 공격적 성향이 짙은 증권 쪽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은행의 초고위험과 증권의 초고위험을 같게 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도 일임업에 막 발을 디뎠을 당시 얼마나 높은 성과를 냈냐"며 "은행이 아직 일임업 진출 초기 단계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내 은행의 일임형 ISA 상품 판매 및 운용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시장에선 지난 2월 초 금융위원회가 ISA 출범 직전 은행에 투자일임형 라이선스 취득을 허가하면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일임형은 신탁형 상품과 달리 직접 MP를 바탕으로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형태로 도중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은행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역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건 국내 금융업체계 근본을 흔드는 이슈"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증권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초 자본시장법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에 돌입했다. 은행들의 일임형 ISA 판매가 증권사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진행된 데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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