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보상안] 소비자 반응 '시큰둥'…갈 길 바쁜 삼성電 '어쩌나'
[갤노트7 보상안] 소비자 반응 '시큰둥'…갈 길 바쁜 삼성電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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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구입자가 '갤럭시S7'이나 '갤럭시S7 엣지'로 교환할 시, 향후 출시될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구입 할부금을 50% 할인해 주는 새 보상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보상책'인가 '유인책'인가?"…아이폰7·V20로 이탈 우려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삼성전자가 24일 내놓은 갤노트7 추가 보상 프로그램(보상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삼성전자가 고심끝에 추가 보상안을 꺼내 든 것은 10%밖에 안 되는 교환율을 끌어올려 갤노트7 리콜·단종 사태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절실하고도 분명한 목표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을 경우 기대와 동떨어진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자칫 문제의 해결보다는 조바심을 더욱 키우는 쪽으로 전개될 우려가 높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보상안이 나온지 이틀째 접어든 현재,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하려는 분위기다.

추가 보상안의 핵심은 갤노트7을 갤럭시S7이나 갤럭시S7엣지로 교환한 소비자들이 내년에 출시되는 갤럭시S8이나 갤럭시노트8으로 교체할 경우 잔여 할부금 50%를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다.

갤럭시S7이나 S7엣지 고객들은 내년 신제품으로 교환할 때 사용하던 제품을 할부금 50%만 부담한 뒤 반납하면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기존 스마트폰의 할부금을 50% 면제받는 대신 신제품은 새로 구입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소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제공해야 할 금액은 약 40만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재 출고가가 80만원 이상인 갤럭시S7의 내년 중고가가 적어도 30만원대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금액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영업이익률이 1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큰 부담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이같은 고육책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에 못미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추가 보상안을 접한 소비자들의 상당수는 구체적으로 얼마 만큼을 어떻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상안'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보상 내용'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선, S7·S7엣지를 24개월 할부 구입 후, 12개월 할부금을 납부한 뒤 기기를 반납하고 다시 S8·노트8을 구입하라는 것은 결국 3년 약정과 같다는 지적이다.

12개월 할부금을 납부하고 기기를 가지거나 S8·노트8 구입 시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면 보상의 개념으로 이해하겠지만, 기기를 반납하고 해당 사용 기간에 대한 사용료도 지급한다면 결국 제값을 내고 S8·노트8을 구매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불만인 것이다.

특히 내년 2월 또는 4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 S8의 경우, 출시일까지 4~6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1년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치의 할부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따라서 이번 보상안은 기존 '갤럭시클럽'에서 매달 클럽 서비스 이용료 7700원을 면제한 것에 불과하다며, 기존의 갤럭시클럽을 원용한 고육책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갤럭시클럽은 24개월 할부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1년 이후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하면 남아있는 할부금을 내지 않고 차기작을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다.

더구나 이용료 면제는 내년 신제품 출시일을 놓고 계산했을 때 30600원(내년 2월 출시될 경우, 총 4개월)에서 최대 4만6200원(내년 4월 출시될 경우, 총 6개월)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보상안에 대해 '보상책'이라기 보다는 갤노트 S8 등 내년에 출시될 신제품을 팔기 위한 '유인책'(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만약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배터리 발화 원인 규명과 함께 삼성전자가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갤노트7 교체작업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 한발 더나아 갤노트7 고객 상당수가 애플 아이폰7이나 LG전자 V20 등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삼성전자가 이번 보상안에서 소비자 요구 충족과 회사 경영관리라는 관점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상당히 애썼다고 긍적적으로 평가할 여지도 엿볼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의 입장보다는 실속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소비자들의 생리다. 제품을 만든 삼성전자가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 말할 나위없다.

지난 20일 삼성전자가 추가 보상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소비자들은 갤노트7을 갤럭시S7 등으로 바꾸면 내년에 추가비용 부담없이 갤럭시S8으로 맞교환 해주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팽배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갤노트7 구매자 상당수가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마니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갤노트8로 바꿔줄 수 있다는 소문까지 흘러 나왔었다.

이런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보상안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새 보상안에 대한 설명을 듣기위해 이동통신사를 찾은 소비자들이 헛걸음을 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다.

갤노트7 소비자 김모씨는 "새 보상 정책에 대한 뉴스를 보고 이해가 잘 가질 않아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자 여러 이동통신사를 돌았지만 모두 본사에서 정확히 내려온 지시가 없어 설명해줄 수 없다는 얘기만 했다"며 "모든 대책이 마련된 뒤에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고지해야 맞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SNS상에 나타난 네티즌들의 반응을 통해서도 새 보상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네티즌 'bozl****(ID)'은 "갤럭시S7을 12개월 사용기기 값으로 대략 40만원(S7 출고가 80만원)을 내고 반납한 뒤 갤럭시 S8이나 노트8을 제값주고 사라는 건데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네티즌 'pooh***(ID)'은 "대체 어디서 보상 개념을 찾아야 하냐"면서 "고객들을 생고생 시켜 놓고 이제 와서 전 모델 휴대폰을 주며 12개월 동안 할부금에 이자까지 내가며 대여해서 쓰다가 S8 쓰고 싶으면 폰 반납하고 다시 할부를 끊어서 사라고 하다니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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