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등기이사' 이재용의 책임경영 승부수, '연말 인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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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는 '안정과 혁신'…'두마리 토끼' 잡는 묘수찾기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이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사내이사)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2년에 걸친 부친 이건희 회장의 와병 속에 갤노트7 사태 등 산적한 난제를 떠안고 책임경영이라는 승부수로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총책임자로서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본격적으로 검증받아야 하는 부담을 스스로 떠안고서다. 그런 만큼 현실적으로는 실현가능하고 전략적으로는 치밀한 준비속에 과감하지만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상황이다.

◆책임경영 기치 3세경영 본격화

그에게 주어진 최대 당면 과제는 브랜드 위기로까지 치달은 갤럭시노트7 사태의 조기 해결이다. 기존 반도체, 스마트폰, OLED등 기존 주력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 또한 상존해 있다. 중장기적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재용 체제의 첫 시험대는 연말께 단행될 '삼성그룹 인사'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같은 관점은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관련 안건을 상정하면서 "이사회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무튼, 삼성전자는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임 이후 8년여 만에 오너일가의 구성원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로 다시 등재됐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2년 넘게 와병중인 점을 감안할때 사실상 삼성전자의 선장이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속에 책임경영을 기치로 3세경영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부회장 직함만을 갖고 경영에 관여해왔다. 사업계획이나 투자, 채용, 인사 등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등기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룹 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계열사 사장들이 나섰을 뿐, 이 부회장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 부회장은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상의 책임은 물론,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연봉도 꼬박 꼬박 공개해야 한다. 등기이사 등재가 본격적인 책임경영의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행보와 이후의 행보는 사뭇 다를 수 밖에 없다.

◆위기 속에 등판한 구원투수

그런 그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갤노트7의 배터리 발화로 촉발된 스마트폰 사업을 하루속히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갤노트7을 조속히 회수하고 배터리 발화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이번 사태로 입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내달 1일 휴렛팻커드(HP)에 매각되는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직원들의 고용 문제를 놓고 진행되고 있는 사측과 직원들 간의 갈등도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다. 때문에 현 싯점에서 그가 경영전면에 나선 것은 마치 위기속에 등판한 구원투수와도 같다. 재계가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의 등장 시기와 이같은 정황간의 연관성 때문이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이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계열사 간 사업재편에 관심을 쏟았다.

2014년 11월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계열사 네 곳을 한화에 통매각한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프린팅 사업을 HP에 팔기로 했고, 광고회사인 제일기획 매각도 추진중이다.

이같은 행보는 외부 경영환경 변화에 의해 요구받은 측면도 있지만, 그가 그려갈 경영구상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자질론…이재용의 성패 '삼성의 성패'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등기이사'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본격적으로 검증받는 것은 이제부터다. 선친인 이건희 회장의 경우 1987년 만 45세 나이에 회장에 올랐지만 1993년에서 발표한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비로소 본격적인 자기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6년이나 걸린 셈이다. 이후 이 회장은 2000년대 초 신경영을 주창하고 나서면서 삼성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지금의 상황은 당시와는 판이하다. 결코 녹녹치 않다. 그래서 오히려 위기의식이 주는 압박감때문에 이 부회장이 성급한 제색깔내기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재계가 연말께 단행될 '삼성그룹 인사'를 이재용 체제의 앞날을 결정지을 시금석으로 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인사는 이제용 체제의 리더십과 방향, 그리고 삼성이 지향해 나갈 큰 밑그림을 그리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관리의 삼성'으로 불리는 삼성그룹은 이미 특정인 한 명에 의존하는 기업이 아니다.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고, 그 시스템에 맞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인사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번 인사에 대해 과거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우대와 확장적 배치라는 평가가 삼성 내부에 광범하게 퍼져 있는 것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곱씹어 볼 대목이다.

또 '새 술은 새부대'라는 말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혁신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적쇄신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갤노트7 사태에 대한 문책성 인사에 방점이 찍혀서는 안된다.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는 문책보다는 능력있는 있재를 발탁해 조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상명하복식 업무 관행, 수직적 조직 체계 등 조직 문화의 개선도 이번 인사의 중요한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갤노트7 사태 중심엔 이런 수직적 사내 문화로 인해 직원들이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NO'라고 외칠 수 없는 사내 문화를 이유로 꼽고 있다.

◆친정체제 강화?…이재용식 실용주의 '밑그림'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창의적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스타트업 삼성'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연공주의를 깨겠다며 임직원끼리 부를 때 '○○○님'이란 호칭을 쓰고, 회의·보고는 필요한 사람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며 인사 제도 개편안도 내놨다. 하지만 수십년간 지속돼 고착화된 조직 문화를 단시간에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과속은 금물이다. 자칫 친정체제 강화로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의 동력과 함께 조직의 구심력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인사, 다시말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는 것이 이번 인사에 부여된 숙명과도 같은 과제다.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 직원은 "잇단 매각 소식에 우리 계열사도 언제 내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내에 조성되고 있다"면서 "다음 매각 타겟는 어딜지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업계를 선도하고 혁신 상품을 끊임없이 배출하려면 군대식 조직 문화, 제왕적 경영 방식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뒤따라줘야 한다"면서 "이런 문화의 바탕 위에서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말 속에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당위성이라는 상반된 메시지가 모두 담겨 있다. 동시에 이번 인사의 중요성을 함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상 수평적이고 개방적 조직문화로의 변신을 주문해왔다. 이른바 '이재용식 실용주의 경영문화'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그 밑그림을 그리는 첫번째 작업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같은 맥락에서 재계에서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이건희 회장 시대의 삼성과는 차별화돼야 한다는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경영 역량을 입증해 내야 한다는 조언으로 이해된다.

'등기이사' 명함을 들고 경영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이 '안정과 혁신'이라는 두마리 토끼 사냥을 성공적으로 해낼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재용 체제'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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