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금리 급등 '패닉'…운용·증권업계 '비상'
국내 채권금리 급등 '패닉'…운용·증권업계 '비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내 채권형 펀드 기간자금유출입 규모. 공·사모 통합. 상장지수펀드(ETF) 포함. 단위: 억원. (자료 = 금융투자협회)

국내 채권형 펀드 트럼프 당선후 3조42백억 순유출
자산운용업계 '골머리'…증권사 채권 평가손실 우려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최근 채권시장 내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기관투자자 등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쇼크'에 따른 채권금리 급등으로 금융투자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1월9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한달간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무려 3조4200억원에 달하는 상황. 직격탄을 맞은 운용업계는 물론이고 증권업계 역시 채권투자 비중이 높았던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실적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7일까지 20거래일간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금액은 3조41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 20거래일간 증감액(-9131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모집 형태별로 보면 연기금과 기업고객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1조9155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자금이 몰리는 공모형에서는 총 1조5024억원이 순유출됐다.

채권시장이 요동치면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는 당연히 울상이다. 고객들로부터 매도 타이밍을 묻는 상담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액티브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채권시장 내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기관투자자 등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당장 환매 요청이 쇄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상담 요청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재정정책은 이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때부터 통화정책과 함께 적극적으로 실시돼 온 것인데, 현재 시장이 트럼프에 과도한 기대감을 품은 듯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미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에 불과하단 비판이다.

증권업계서도 채권금리 급등에 따른 평가손실 우려가 커졌다. 평가손실은 유가증권이나 국공채 시가가 장부가액보다 하락할 경우 이를 회계 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대형 증권사들의 채권보유잔고는 지난 9월 말 기준 15조~19조원으로 추산되는 상황. 이 중 매도가능증권과 해외채권을 제외한 국내금리 변동에 노출된 규모는 12조~15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 듀레이션 6개월, 미국 대선 이후 2주간 금리상승폭(30~40bp)을 고려했을 때 산술적 채권평가손실 규모는 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됐다"며 "회사별 채권운용 전략에 따라 최종손실 규모는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채권투자의 경우 평가손실일 뿐이지만 현재 국면에서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국내 채권금리 급등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 팽배하다는 점. 현재 미국의 12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향후 트럼프의 감세와 재정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채권발행 증가에 따른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으로 볼 때 채권금리 상승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며 "사모형의 경우 시장을 더 길게 보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아 공모형과 자산 흐름에서 일부 차이를 보이겠지만 전체 큰 흐름은 동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