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커피빈의 고집스런 행보 '결국 꺾이다'
[초점] 커피빈의 고집스런 행보 '결국 꺾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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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이용하는 코피스족向 매출 무시 못해"
"지난해 대학가부터 서비스 도입…점차 확대 예정"

▲ 커피빈 로고 (사진=커피빈)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커피 매장이 이제는 단순히 커피만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복합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부터 이러한 트렌드를 무시하던 유명 커피업체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한때 '별다방'이라고 불리던 스타벅스와 견주면서 '콩다방'이란 애칭을 얻은 '커피빈'이다.

특히, 커피빈은 와이파이(Wi-Fi) 등 무선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는 데다 콘센트마저 제공치 않으면서 커피매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수많은 코피스(coffee+office) 고객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스타벅스,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 국내 굴지의 커피전문점들이 와이파이 서비스에 적극 나섰던 반면, 커피빈 만이 이런 기류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이다. 커피에만 집중하겠다며 커피매장은 오로지 '휴게공간'이라는 커피빈만의 고집스러운 경영 철학 때문이라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커피빈의 이런 고집스러운 행보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는 결국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고, 커피빈은 대학가와 비스니스센터 중심의 매장부터 와이파이 서비스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23일 커피빈에 따르면 현재 와이파이 서비스가 가능한 매장은 전체 매장(약 380매장)의 61.8%로, 이 같은 서비스는 지난해 6~7월부터 시행됐다. 현재 광화문점, 안국역점, 역삼점, 삼성봉은사로점, 여의도렉싱턴호텔옆점 등에서 와이파이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사실 커피업계 입장으로선 이른바 '엉덩이'가 무거운 고객을 좋아할 리가 없다. 와이파이 서비스 제공 초기 때만해도 커피 한 잔에 몇 시간을 버티는 고객들이 많아져 회전율이 더뎌질까봐 고심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니즈가 점차 다양해진 데다 커피매장이 복합공간으로 진화하는 트렌드에 따라가기 위해 상당수의 커피전문점들은 이에 적극 동참했다. 기존에는 커피전문점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엔 업무를 처리하거나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장소로 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 할리스커피 & 엔제리너스커피 스터디 및 복합공간 (사진 = 각 사)

일례로 할리스커피와 파스구찌, 엔제리너스커피는 최근 혼자 방문해 공부하는 고객을 공략해 좌석 자리마다 콘센트와 스탠드를 설치해 1·2인용 좌석을 만들었다. 카페드롭탑은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1인 고객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매장을 꾸미는 등 혼자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커피빈만이 이러한 추세에 따라가지 못해 '고객 서비스에 야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무료 인터넷을 일절 설치하지 않았고, 의자도 소파 대신 딱딱한 나무 의자를 뒀다.

이런 영향으로 커피빈은 2012년에 전년의 절반 수준인 1380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시장에서는 커피빈이 와이파이 서비스를 시행한 이후에는 매출이 이보다 20%가량 올랐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커피빈 관계자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안 되면서 지속적으로 고객들의 볼멘소리가 나왔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코피스 고객들의 매출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어 지난해부터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행했고,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상당수의 고객들에게는 커피빈이 무선인터넷이 시행되지 않는 커피매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커피매장이 단순히 제품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공간으로 이용하는 트렌드로 진화한 것에는 그간 치열한 커피업계 내의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와중에 커피빈 만이 고집스런 행보를 보여 이제는 고객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는 브랜드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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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23-03-28 15:17:51
스타벅스, 커피빈 매장 수를 비교해 보니 스타벅스는 1,802곳이나 있는데 커피빈은 142곳이라 엄청나게 차이 나네. 콘센트가 없고, 와이파이가 안 되던 게 타격이 컸나? 그런데 와이파이가 되게 하고, 콘센트도 설치하고 했는데 매장 수를 못 늘리고(못 늘리는 건지 안 늘리는 건지) 있네. 그러다가 아예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는 거 아닌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