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 사외이사 고리로 특정대학 기부금 몰아주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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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투·하나 등 13억 지원…이사회 안건 모두 '찬성'
"금전 혜택 받고 공정한 기업감시 가능할까" 비판 여론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이 사외이사가 재직중인 대학교와 연구원에 총 13억원가량의 기부금을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로부터 기부금을 지원받은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이사회에 올라온 의결 안건 전부를 찬성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보면 삼성증권, 한투증권, 하나금투 세 증권사는 최근 7년(2010~2017년)간 사외이사가 재직중인 대학교와 연구원에 총 13억77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금투협회에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공시한 19개 증권사 가운데 이들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은 사외이사가 속한 기관에 아예 기부를 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세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10억1000만원의 기부금을 사외이사인 A 교수가 재직하는 성균관대학교에 몰아줬다. 특이사항은 A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 기부금은 10억원에 달했지만 선임된 이후에는 1000만원으로 되레 줄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가 속한 곳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이 대폭 삭감된 것은 사실이지만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삼성증권 주주총회에 상정된 A 교수 재선임안에 대해 "계열회사는 아니지만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를 받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소속 교수는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A 교수는 주총에서 2년 연임을 보장받은 상태다.

한투증권은 B 교수와 C 교수가 근무하는 고려대학교에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연 1500만원씩 총 1억9500만원을 제공했다. 모 이사가 속한 한국회계학회에는 기부금으로 총 1200만원을 냈다. 기부금은 이 이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에는 200만원에 그쳤지만 선임된 이후에는 1000만원으로 5배 증가했다. 하나금투는 사외이사 D 교수가 일하는 대학교와 국가미래연구원에 총 1840만원을 지원했다.

금투업계에서는 사외이사가 관련된 대학교나 연구원이 기부금을 받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기업 경영감시를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객관적인 감시·감독을 수행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또다시 제기된다.

이은정 CGCG 연구원은 "기업들은 사외이사가 속한 곳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속내는 기업에 일정부분 편의를 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법적요건에만 부합한 비독립적인 사람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향이 기업들 전반에 나타나고 있어 관련법을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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