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유통업계·노동계 시각차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유통업계·노동계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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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매장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이마트)

백화점·대형마트 "고용인원 90% 이상이 정규직"
노동계 "'무기계약직' 직원 정규직으로 볼 수 없어"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즉시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자 산업 전반에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24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체제로 이미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현재 대부분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이 계산원과 판매·진열 사원들이며 주차나 보안, 청소 등의 인력들은 외부 업체에 고용을 맡기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신세계백화점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정규직 3221명, 비정규직 28명(0.8%)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에는 계산원 1000여명을, 2013년 5월에는 식품 판매 사원 5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500여억원이 추가 비용으로 투입됐다"며 "그 결과 고객서비스 등 업무 생산성은 급격히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각 백화점의 비정규직 인원 및 비율은 롯대백화점 316명(5.8%), 현대백화점 502명(20.9%), 한화갤러리아백화점 81명(7.0%) 등으로 집계됐다.

이마트는 총 고용인원 2만7942명 중 99.3%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상태다. 이마트에 따르면 정규직 중 기간제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무기계약직' 사원은 1514명으로 5.4% 정도다. 비정규직 사원은 177명으로 이들은 연속 근무기간 24개월이 지나면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마트도 신세계백화점과 같이 10년 전 비정규직을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대규모 전환시켰다. 규모는 2007년과 2013년 각각 계산원 4223명, 판매·진열사원 1만772명 등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2006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당시 근로자들을 선제적으로 정규직 전환했다"며 "이는 법적 기준 이상으로 처우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고용인력 1만3625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입사 2년 미만의 기간제 근로자가 포함돼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입사 후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로 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기계약직 사원의 수는 밝히지 않았다.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직원 비중은 10%였다. 다만 홈플러스는 법적 기준인 24개월보다 빠른 16개월 근무 시 무기계약직으로 고용 형태를 전환하고 있다. 또 오는 2019년 3월까지 단시간 근로자(파트타임)를 전일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계산원의 경우 기존 전일제 근무자 퇴직 인원수 만큼 적용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만 근무하던 단시간 근로자를 전일제로 전향해 안정적인 노동시간 보장하고 향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유통업계는 전체 고용인원의 90% 이상이 정규직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들의 복지 혜택(의료비, 임직원 할인 혜택, 자녀 학자금 지원) 역시 기존 정규직 사원들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계산원이나 판매사원으로 입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중년 여성"이라며 "이들의 경우 자녀들이 중학생 정도일 때 입사해 정규직 전환 후 학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업체들이 얘기하는 '정규직 전환'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정규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하지만 이들은 '무기계약직'으로 불린다.

김성훈 이마트노동조합 사무처장은 "현재 이마트에는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보는 것은 오류이고, 이마트가 새로운 형태의 고용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규직이라 함은 승진의 기회와 복리후생, 급여체계에서 차별이 없어야 하는데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직원들과 똑같은 처우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사무처장은 "실제로 이마트는 현재 공통직, 전문직, 파트타임 등 3가지 형태를 모두 정규직으로 분류하는데 전문직과 파트타임 직원들이 전부 무기계약직"이라면서 "이들을 정규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허울만 좋은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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