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어선 패션업계…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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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물산 패션·LF, '유통망 재정비'로 수익성 높여
이랜드월드 "내년 실적 호조 기대"…재무구조
개선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패션업체가 보릿고개를 넘어서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글로벌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의 공세로 지난해까지 부진한 실적을 이어왔지만, 올해부터 반등 기미가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2분기 흑자 전환했고, LF(옛 엘지패션)는 영업이익이 5분기 연속 늘었다. 두 회사의 공통된 불황 타개책은 '유통망 재정비'.

LF는 11일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30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37%나 늘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이 308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284억원)보다 8% 증가한 데 이어 5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LF는 실적이 부실한 브랜드 매장을 철수하면서 체질을 개선했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브랜드 '일꼬르소' 매장을 줄였고, 최근엔 남성 정장 브랜드 '타운젠트' 영업을 중단했다. 수익성 악화가 그 이유다.

대신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LF몰'에 집중하거나 식품과 주류,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패션 부문 매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올해 초 주류 유통업체 '인덜지' 지분 절반 이상을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 '그린랜드'의 사업권을 따냈다.

▲ CI=각 사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경영정상화 신호탄을 쏘았다. 지난 7월26일 삼성물산은 올해 2분기 패션부문 영업이익이 9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지만, 과감한 브랜드 정리 효과가 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LF처럼 성적이 좋지 않은 브랜드를 접거나, 분산된 브랜드를 통합하면서 실적을 개선했다. 2000년대 중반에 견줘 연매출이 반 토막 난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패션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 사업을 접었고, '로가디스 그린'과 '로가디스 컬렉션'은 각각 '로가디스 스트리트'와 '갤럭시'로 통합했다.

올여름에는 식품 업종과 협업으로 반짝 매출 상승효과도 누리고 있다. 농심 새우깡 그림을 티셔츠와 양말에 적용한 '에잇세컨즈' 제품 매출액은 3일 기준으로 1억3000만원을 달성했다. 계절 영향으로 4분기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는 경영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전문 계열사 한섬도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 인수 효과로 2분기 호실적을 내놨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한 119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액은 3001억원으로 107% 늘었다.

한섬의 계열사 현대지앤에프와 한섬글로벌은 지난해 12월8일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총 3261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가 국내 비효율 매장을 폐점하면서 수익성 개선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며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타미힐피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이랜드그룹

반면 이랜드그룹의 모회사로서 패션부문을 영위하는 사업형 지주회사 이랜드월드는 외형과 내실을 모두 놓쳤다. 올해 상반기 패션부문 매출액은 1조96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4567억원)보다 20%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557억원으로 55%나 쪼그라들었다.

회사 측은 내년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수익 매장을 정리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면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이랜드 관계자는 "외형 성장보다는 부실한 사업을 정리하면서 내실을 다지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랜드월드는 패션부문의 실적 부진과 그룹 전반의 과도한 차입금으로 부담이 커지자,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기업 브이그라스에 매각했으며, 현재 여성복 브랜드 'EnC'와 구두 브랜드 '엘칸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은 부채비율을 연내에 200%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2013년 399%에 육박했던 이랜드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264%, 2분기 254%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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