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물건 없어요"…재건축發 서울 전세시장 '빨간불'
"전세물건 없어요"…재건축發 서울 전세시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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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강남권 일대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강동구 둔촌주공단지 이주 수요 몰려
치솟는 전셋값에 전·월세 상한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둔촌주공 아파트가 이주를 시작하면서 강동구 일대 전세물건은 씨가 마른 지 오래에요. 선호도 높은 지역이나 중소형 평형대는 물건이 나오자마자 바로 빠져나가는 탓에 지금은 웃돈을 준다고 해도 못 구합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W공인중개업소 박 모씨·51)

서울, 특히 강남권 일대 전세시장이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이나 지방 지역은 입주물량 증가로 전셋값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지만,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강남권은 이주 수요가 집중되면서 이 근방 전세물건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신고 건수 기준)은 총 9284건으로 집계됐다. 10월의 거래량 8860건보다 4.78%(424건) 증가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건수는 8월 1만848건에서 9월 1만178건, 10월 8860건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반등했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모여 있는 강남구, 강동구 일대 거래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지난달 849건이 거래되면서 전월(779)에 비해 8.98% 늘었고, 강동구(476건)도 같은 기간 7.69% 증가했다.

이 같은 전세 거래량 증가세는 재건축에 들어간 단지 주민들이 이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전세시장이 뛰어든 것이다.

우선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2840가구)는 일찌감치 이주를 시작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는 15일까지 모든 가구의 이주가 완료된다.

특히 6000가구에 이를 정도로 몸집이 큰 강동구 둔촌주공1~4단지(5930가구)는 이주율이 70%에 육박하면서 인근 전세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내년 1월까지 이주를 마쳐야 하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바빠지면서 전세물건은 없는데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둔촌주공 아파트 인근에 위치해 있는 단지의 몸값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둔촌푸르지오는 전용 84㎡가 올 초 5억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현재 6억1000만원까지 값이 치솟았으며, 둔촌현대3차의 전용 69㎡도 2억원 후반대에서 이달 3억5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올랐다.

KB부동산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봐도, 이달 4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0.01%)은 하락세를 보인 반면, 송파구(0.15%)와 양천구(0.15%), 광진구(0.14%), 서초구(0.13%), 강남구(0.13%) 등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내년 초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와 길동신동아(1200가구)까지 이삿짐을 싸기 시작하면 '전세대란'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강동구 암사동 T공인중개업소 황 모씨(53)는 "이주수요는 넘치는데 입주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수급이 맞지 않으니 전세난은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일대 전세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이주 수요를 분배하는 방안이나 전·월세 상승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지난 달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은 빠르게 치솟고 있는 전셋값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는 미흡한 점이 있다"며 "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 등 세입자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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