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르포 中] '50층' 잠실주공5단지…부르는 게 값
[재건축 르포 中] '50층' 잠실주공5단지…부르는 게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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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방문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50층 재건축이 허용된 후 매맷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두 달 새 3억원 '훌쩍'…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변수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시가 최고 50층 재건축을 통과시킨 후부터 매물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어요.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할 때 관망세를 보였던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매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지난달에는 하루에 40~50통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습니다."

12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L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전한 일대 분위기다. 이 중개업자는 매일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몸살이 날 지경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1978년 4월 입주한 잠실주공5단지는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서 '대장주'로 불린다. 우수한 입지로 수요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던 곳이지만, 결정적으로 지난해 9월 서울시가 50층 재건축을 사실상 받아들이면서 가격 상승세에 불을 당겼다.

시가 '3종 일반주거지역'의 주거용 건물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50층 재건축이 허용될 수 있었던 것은 잠실주공5단지가 7대 광역중심에 해당돼서다. 주거지 역할뿐 아니라 업무와 문화, 전시 등 도심 기능까지 확보한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일부 단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 50층 건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고층 재건축 추진에 애를 먹고 있던터라 '50층 재건축'이라는 타이틀이 이곳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호재에 발맞춰 단지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뛰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5000만원가량 오르는가 하면 이달엔 34평형(전용면적 76㎡·5층)의 호가가 19억5000만원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같은 면적, 같은 층의 매물 매맷값은 16억1000만원이었으나 두 달이 지난 지금 3억원이 오른 모습이다.

중개업자들은 못해도 18억5000만원은 있어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의 H공인중개업소 이 모(56·여) 씨는 "원래는 18억원에 나왔던 매물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5000만원을 더 얹어줘야 팔겠다고 했다"며 "그나마 값이 싼 매물은 이미 다 소진되고, 현재는 비싸게 달라는 물건만 몇 있다"고 설명했다.

▲ 잠실주공5단지 내 위치한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사무실. (사진=이진희 기자)

이렇듯 잠실주공5단지가 값을 끌어올리자 주변 일반 아파트도 뒤쫓아 값을 올리고 있다. 같은 지역 잠실엘스의 전용 85㎡(2층)는 지난해 상반기 11억원 중반 수준에 거래됐지만, 이달에 4억원 가까이 오른 14억4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송파구의 아파트 값은 지난 8일 기준 전주에 비해 1.1%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최고치다.   

최근 들어 무서울 만큼 상승하고 있는 매맷값에 일부 중개업자들은 다소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방송이나 신문사에서 시세 관련 취재 요청이 들어오면 흔쾌히 응했지만, 요즘엔 다들 많이 꺼려하고 있다"면서 "값이 쑥 오른다는 기사가 나가면서 정부 규제의 타깃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렇듯 경사 분위기의 잠실주공5단지에서도 근심거리는 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그 주인공이다. 조합 설립을 일찍이 마쳤음에도 규모가 큰 만큼 서울시 심의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했다.

이들 조합은 재건축으로 인한 평균 이익이 1인당 3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하는데,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집값 상승폭이 큰 것을 감안하면 수억원대의 부담금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 측은 공사비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을 통해 부담금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계산 없이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자칫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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