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下] '셈법 복잡한' 산업은행, 매각 불발 가능성도
[대우건설 매각-下] '셈법 복잡한' 산업은행, 매각 불발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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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 사옥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헐값매각·국부유출 등 문제점 대두…매각 불발 시 시장가치 하락될 듯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호반건설과 중국 자본인 엘리온홀딩스 2파전으로 압축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헐값매각과 국부유출 등의 논란으로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오는 19일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다. 본입찰에는 호반건설과 엘리온홀딩스가 참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해 적격인수후보에 오른 곳 중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은 이번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온의 부상으로 본입찰 경쟁 요건은 성립됐지만 산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헐값매각과 국부유출 문제 때문이다.

17일 대우건설 종가 5820원 기준으로 매각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는 약 1조2276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한다고 해도 1조5959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최고가를 기록했던 7월31일(종가 8190원, 2조2458억원), 예비입찰을 마감한 지난 11월13일(종가 6350원, 1조7412억원) 등과 비교할 때 각각 6499억원, 1453억원 낮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은 통상 매각 이슈가 있을 경우 주가가 오르는 데 반해 대우건설은 주가가 빠지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서도 매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산은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자금은 총 3조1785억원으로 주당 1만2000원에 매각해야 1448억원의 수익이 난다. 하지만 현재 주가 상황을 고려하면 장부가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산은은 지난 17일 열린 매각추진위원회에서 본입찰 최저 기준선을 주당 7300~7500원선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최소 1조5398억~1조5820억원 이상을 제시해야 매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정부규제가 본격화돼 주택업을 주력으로 삼는 대우건설로서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 있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도 올해 신년사에서 "똑같이 인수합병(M&A)을 진행했던 10여년 전과 비교 시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가치는 3분의 1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유력 인수 후보자인 호반은 본입찰에서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 중 40%를 먼저 인수한 뒤 나머지 지분은 2~3년 뒤 사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산은이 선뜻 수용하기 힘든 수준의 인수 조건을 내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 산은에게 인수 조건을 걸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호반 입장에서는 인수금액을 낮춰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고 산은에 일부 지분을 남김으로써 금융보증 등 재무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은으로서도 호반이 경영을 한 뒤 주가가 오르면 잔여지분을 팔아 수익을 챙길 수 있어 헐값매각 부담을 덜 수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일괄매각이 방침이지만 대우건설 지분을 분할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면서 "그런 제안을 한다면(인수 후보자와)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호반이 산은에 지분 분할매입 등을 요구한 것은 "본입찰에 빠지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호반은 최근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유명세를 탄 리솜리조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가격은 약 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의 입장에서는 덩치가 큰 대우건설을 인수해 재무부담을 느끼는 것보다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리조트사업이 더욱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호반이 금호산업 등 이전 M&A에서도 막판에 발을 뺀 적이 있는 만큼 본입찰에 참여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엘리온이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다. 당초 산은이 기대하는 2조원에 인접한 가격을 써낼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산은의 입장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시공능력평가 3위의 대형건설사를 중국 기업에 매각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도 중국기업인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국부유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산은이 결국 본입찰 이후 가격을 이유로 매각을 잠정 중단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매각을 하려고 해도 정치권에서도 공개적으로 헐값매각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쉽사리 입장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앞서 몇 차례의 매각 시도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할 국내 건설사들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라며 "산은이 매각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번 호반건설의 분할매각 제안을 받아들인 것을 보면 매각 중단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먈했다. 이어 "다만, 이번에 매각을 하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의 시장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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