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신통찮은 '오세훈표 서울시 신통기획'···사업지 곳곳서 '잡음'
[현장+]신통찮은 '오세훈표 서울시 신통기획'···사업지 곳곳서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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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남가좌‧답십리 등 추가 분담금·사업성 우려에 주민 갈등
"원주민 아닌 투기업자들 위한 사업"···신속 정비사업 취지 무색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2동 신통기획 후보지 일대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2동 신통기획 후보지 일대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착공에 들어간 곳이 없는 데다 사업지 곳곳에서는 주민 반발이 터져나오며 추진에 난항을 겪는 실정이다. 신통기획이 강점으로 내세운 빠른 추진을 노린 투기세력이 정비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주민 간 갈등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라 치솟은 공사비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10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월25일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으로 신통기획이 확정된 가리봉1구역의 토지등소유주 약 130명은 지난 3월말 구로구청에 정비사업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이는 전체 토지등소유주의 약 20%가 넘는 것으로, 입안 재검토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서울시나 구청으로부터 아무런 반대 의견에 대한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대 토지등소유주 20여명은 이날 추가 반대의견서를 가지고 구청에 방문했으나 재검토 여부나 진행 상황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답변을 듣지 못한 채 돌아왔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일부 변경 고시하며, 정부계획 수립 단계에서 주민 반대가 강해 사업 진행이 어려우면 해당 구역에 대한 입안 재검토·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토지등소유자 25% 이상이 반대하거나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이 반대할 경우 입안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

반대 토지소유주들은 서울시와 구로구,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간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주민은 "해당 구역계는 신축투기자(빌라업자)들이 30% 이상 주를 이루며, 이들의 빌라가 포함되면서 실거주민을 위한 편의시설도 제대로 없이 비합리적인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면서 "이들은 재개발 여부와 관계없이 추후 시세차익을 얻고 빠져나가면 그만이고, 그 피해는 가리봉 원주민이 다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도 아닌 외지인인 업자 등이 신통기획의 허점을 노려 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데 서울시와 구청 등도 원주민들의 반대도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 토지등소유주 23~24% 이상 반대 의견을 모았고, 토지면적의 30%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데 이런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겠냐"고 꼬집었다.  

가리봉1구역뿐 아니라 신통기획을 놓고 서울시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일대(간데메공원) 거주민 약 50명이 동대문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선정을 철회(취소)할 것을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에게 강력 촉구했다. 

해당 후보지는 2022년 12월 서울시가 선정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사업 후보지 총 25곳 중 한 곳으로, 면적은 총 10만 2735㎡ 규모다. 이 후보지 재개발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 주민 271명은 서울시가 규정한 후보지 정비계획 입안 취소 요건인 '토지등소유자의 25% 이상 반대' 요건을 충족한 '반대 동의서'를 지난 1월 동대문구청에 접수했지만, 구청이 후보지 철회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재성 간데메공원 일대 신통재개발 반대위원회 부위원장은 "외지에서 유입된 기획부동산업자가 소형 빌라 소유주나 일부 고령의 주민들을 포섭·선동해 원주민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을 동대문구청이 100%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보호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 찬성자의 약 30%는 답십리동에 없는 외지인들로, 소위 갭투자자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2동 신통기획 후보지 일대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2동 신통기획 후보지 일대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서대문구 남가좌동은 입안 취소 요건인 주민 반대 30%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남가좌동 신속통합기획저지비상대책위원회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사업 지정 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주민 찬반이 엇갈리는 데도 신통기획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재산권 행사가 막히는 것은 물론 주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비대위는 현재 구청에 신속통합기획 반대 및 해제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2년 동안 재산권 행사의 강제로 인해 막대한 불이익은 물론하고 찬반에 따라 주민들의 고소·고발 등으로 갈등이 커졌다"며 "신통기획은 후보지 선정 이후 2년간 재개발구역지정 입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자동 해제되는 일몰제이므로 25% 이상 해제동의서가 서대문구청에 접수되는 즉시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

서초구 반포1동 3구역 재개발 주민들도 최근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사업 후보지 제외대상으로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역시 현재 재개발을 추진하는 투기세력이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재개발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투기세력을 배제하기 위해 건물 노후도를 사전 확인해 기준 미달할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신통기획 재개발사업 제외대상을 추가해달라고 제안했다. 

사당15구역 주민들도 지난달 말 동작구청이 토지등소유주 의견을 묻지 않고 신통기획 구역을 획정하는 등 사업을 강행해 재산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거리로 나와 집회를 진행했다. 신통기획 1호 사업지로 통하는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역시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난항이다. 서울시가 공공기여로 노인복지시설인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주문하는 등 사업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데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기존에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고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대상 지역에 용적률 기준 완화 등 혜택을 줘 사업성을 높이고 서울시가 통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사업이 신속 추진되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신속 추진이라고 강조한 것과 달리 실제 사업은 주민들의 반대를 겪으며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에 따라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이 악화된 점도 빠른 사업 추진에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가리봉1구역 주민 A씨는 "금리도 높고 원자재, 인건비 등 건설비용 증가로 평당공사비가 계속 늘고 있는데 현재 기준에서 추산한 결과, 소유주들은 추가분담금을 7~8억원 이상 더 내야 한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원주민이 얼마나 있겠냐"면서 "결국 시세차익을 노린 업자들만 이득을 취하는 것이고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쫓겨나게 생겼다. 구축 주민들을 위한 재개발이 아닌 신축 빌라를 분양시키기 위한 재개발 사업"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신통기획 1호 단지인 시범아파트는 최근 신통기획 재건축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여의도 신통기획 1호 단지인 시범아파트는 최근 신통기획 재건축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에 따라 오세훈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신통기획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12월 신통기획 후보지 21곳을 선정하며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신속통합기획으로 지정된 63곳을 포함해 사업 추진 중인 곳은 총 124곳이지만 아직 착공에 들어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2021년 최초로 후보지로 선정된 21곳 가운데 4곳(중랑구 면목동, 도봉구 쌍문동, 강동구 천호A1-2구역, 강서구 방화2구역)만 올 1분기 들어서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신통기획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 혜택을 줘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관건은 결국 치솟은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일정 부분 혜택을 통해 사업성을 끌어올리더라도 조합원들이 이미 급등한 공사비와 추가분담금을 내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하긴 어렵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신통기획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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