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엠부시 마케팅, 김연아 그리고 올림픽
[데스크 칼럼] 엠부시 마케팅, 김연아 그리고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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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SK텔레콤이 '평창 응원 캠페인' 광고를 중단했다. 이 캠페인 광고는 지상파방송 3사를 통해 한 달간 전파를 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응원한다는 취지의 광고였는데 방송에 노출되자마자 이른바 엠부시(ambush·매복) 마케팅 논란이 일었다. 평창동계올림픽 통신 분야 공식파트너인 KT는 SK텔레콤이 광고에 평창동계올림픽을 직접적으로 노출하거나 올림픽 엠블럼 등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용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의미한다고 반발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SK텔레콤의 광고가 엠부시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결론늘 내렸다. 그리고 한 달 후 지상파방송 3사는 SK텔레콤과 협의를 통해 이 광고를 중단키로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에 논란이 종결돼 다행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광고로 KT와 김연아는 피해자가 됐다. 막대한 비용을 내고 이번 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통해 향후 통신시장 표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갖고 인프라 구축에 땀을 흘렸다. 결국 KT는 홍보효과를 100% 누리지 못했다. 김연아가 등장하는 SK텔레콤의 광고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겼다.

'피겨 요정' 김연아도 또 다른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김연아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올림픽을 널리 알리고 성공 개최를 위해 다방면으로 뛰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을 삼켰던 많은 국민들은 홍보대사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광고에 출연하면서 그의 명성에 약간의 흠집이 생겼다. 그녀가 해당 광고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았던 몰랐던 간에 IOC가 엠부시 마케팅으로 결론을 내리며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유명 스포츠 스타를 추락시킨 것이다.

올림픽은 평화와 화합을 상징한다. 국경, 인종, 종교에 구애받지 않는 전 세계인의 축제다. 그러나 84년 LA올림픽 이후 올림픽은 상업화돼 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고 중계권을 따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송사들은 기업들의 협찬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도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선수들은 순수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상업적이라는 지적을 부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엠부시 마케팅이 등장한 원인 중 하나는 스포츠의 상업화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도 부여받은 권리를 교묘한 방법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는 상도덕을 훼손하는 중대한 일이다. 언젠가 자신의 권리를 똑같은 방식으로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SK텔레콤의 엠부시 마케팅 논란은 끝났다. 남은 것은 4년을 위해 준비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 응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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