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트래블카드에 꽂힌 카드사들···침체된 업계 돌파구될까
[초점] 트래블카드에 꽂힌 카드사들···침체된 업계 돌파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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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 '트래블로그' 흥행가도···다른 카드사도 합류
은행과 협업 통해 리스크 분산···신규고객 유입 '긍정적'
각사별 대표 트래블카드 상품. 출시 순서별로 (왼쪽부터)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체크', 우리카드 '트래블월렛 신용카드', 신한카드 '쏠트래블 체크', KB국민카드 '트래블래스 체크' (사진=각 사)
각사별 대표 트래블카드 상품. 출시 순서별로 (왼쪽부터)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체크', 우리카드 '트래블월렛 신용카드', 신한카드 '쏠트래블 체크', KB국민카드 '트래블래스 체크'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해외 여행객들을 둘러싼 카드업권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100% 환율 우대를 바탕으로 기록적 흥행을 보인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를 시작으로,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각종 혜택으로 무장한 해외여행 관련 상품을 출시하면서다. 우리카드도 트래블월렛과 제휴하는 강수를 단행하는 등 카드업권은 말 그대로 '트래블 전쟁'에 한창이다.

침체된 업권분위기 속 트래블카드는 왜 화두가 됐고, 카드사들은 왜 트래블이여야만 했을까. 올해 카드업권을 뜨겁게 달군 트래블전쟁의 발발 배경을 여러 측면에서 진단해보고, 향후 전망을 가늠해본다.

◇수요측 요인···줄어든 소비에도 폭증한 해외여행

카드사가 트래블카드 경쟁에 목매는 이유는 크게 수요와 공급측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수요측 요인을 살펴보면 전반적인 민간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해외소비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이는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폭으로, 2022년(-0.3%)에 이어 2년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의 1분기 국내 카드이용액(개인)은 221조5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하는데 그쳤다. 물가 상승분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이용실적 증가세가 크게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카드사들의 1분기 해외이용액(개인)은 4조8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4.7%나 급증했다. 환율 상승 등으로 일인당 해외소비 규모가 축소됐음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더욱 부각된다.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제선 여객수는 150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3%나 급증한 반면, 국내선 여객수는 746만명으로 일년새 3.6% 감소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등으로 향하던 국내 여행수요도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확대 여력도 충분하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국내선의 경우 98.7%까지 회복된 반면, 국제선의 경우 95.2%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를 고려하면 해외여행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카드사 입장에선 군침 돌만한 먹잇감이다.

◇공급측 요인···해외체크의 흥행과 잠재력, 그리고 비용

공급측 요인도 반영됐다. 신용판매 중심의 영업전략이 다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악화된 수익성과 급증한 조달비용 등의 문제로 가용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카드사들은 최근 2년간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소위 '알짜카드'를 단종시키거나 무이자할부 등 고객 혜택을 축소시키는 등 내실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트래블 카드는 트래블월렛과 제휴한 우리카드를 제외하면, 구조자체가 외부 제휴가 아닌 자사 인프라를 활용한 신상품이다. 초기 비용 자체가 저렴하다는 점 외에 그룹 계열사인 은행과 비용부담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트래블 상품들을 뜯어보면 수수료 관련 혜택이 커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되는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론 체크카드 상품이라 비용부담이 덜하다. 은행과 부담을 나눌 수도 있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해외이용액이 체크를 중심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1분기 카드사 해외이용액을 보면 체크카드 이용액은 1조1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8%나 급증한 반면, 신용카드 이용액은 3조7043억원으로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체크카드 이용액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하나카드다. 하나카드의 1분기 해외체크 이용액은 575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72%나 폭증했으며, 그 비중도 49%에 달한다. 하나카드를 제외한 다른 8개사의 해외체크 이용액은 5982억원으로 일년새 6.5% 증가에 그쳤다.

지난 2월 28일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가 서비스 가입자 수 400만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사진=하나카드)
지난 2월 28일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가 서비스 가입자 수 400만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사진=하나카드)

이 같은 호실적의 중심엔 하나카드의 인기상품 '트래블로그'가 있다. 지난 2022년 7월 출시된 트래블로그는 100% 환율우대와 실시간 모바일 환전 등을 내세우며 해외여행객들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트래블로그 출시전인 2022년 상반기 19.1%에 불과했던 해외체크 점유율은, 올해 1분기 49%까지 2.5배 이상 확대됐다. 하나카드가 업권 7위인 하위 카드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성장세가 놀랍다는 평이다. 특히 트래블로그의 주 이용층이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층임을 감안하면, 미래고객 선점 측면에서 경쟁사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줬다는 분석이다.

반면 해외신용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현대카드다. 실제 현대카드의 1분기 해외신용 이용액은 83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나 급증했다. 비중도 22.5%로 가장 높다.

문제는 해당 성과를 견인한 애플페이는 수수료 등의 문제로 현재 현대카드 외에 제휴카드사가 전무하다. 현재 애플페이는 건당 0.1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애플페이를 도입한 중국(0.03%)과 이스라엘(0.05%)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현대카드의 제휴사 지급수수료는 5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82.6%나 폭증한다. 이는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가 지급한 제휴사지급수수료의 43.8%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카드사 입장에선 이른바 'MZ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애플페이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만 악화된 수익성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해외신용 활성화를 위해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수라는 평이다.

◇불활실성 속 관망세···"트래블전쟁은 쭉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 같은 카드사의 트래블 전쟁은 향후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까? 이에 대해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팬데믹으로 억눌려진 해외여행 수요가 해외여행의 대목인 여름 휴가철과 연말 등을 거치며,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시장 내 불확실성이다. 최근 안정화되고 있던 시장금리가 중동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지연 등으로 다시 반등하면서다. 외부차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업계 특성상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신사업 확장 등에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로 건전성 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은 기존 영업기조를 유지하며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조달시장이 안정화된 후를 미리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해외체크 강화전략이 부합하는 점도 한몫한다.

한 카드 관계자는 "해외취급액, 그 중 체크부문은 국내취급액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다. 당장의 취급액 증대 보다는 신규고객을 유입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쪽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드 관계자는 "아직 경기회복세도 제한적이고, 조달금리도 여전히 높다. 당장은 고객 유입이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되, 향후 시장이 안정화되면 타 업권과의 마케팅이나 해외여행 등과 연계한 신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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