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래 위에 세워진 조선업 호황의 성
[기자수첩] 모래 위에 세워진 조선업 호황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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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국내 조선업은 올해 들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다'는 수식어와 함께 연일 수주 랠리를 알리며 쾌속 순항 중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가스폭발로 인한 사망, 12일 뒤 같은 현장서 잠수 작업 중 사망자 발생, 계단 추락사, 크레인 전복, 철제 구조물 붕괴, 가스 흡입 등 조선소들의 달콤한 수주 기사와 함께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비보 또한 연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조선소에서 총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전부 협력업체 출신으로, 업계는 원·하청의 이중구조가 중대재해 위험을 키우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는다.

조선업은 호황기에는 일감이 몰리지만, 불황기에는 발주가 없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이에 조선사들은 호황에는 하청업체를 선정해 도급하며 인건비, 유지비 등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특히 2016년 조선업 침체로 인한 업계 전반의 위기를 겪은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원·하청 구조, 재하도급의 물량팀 등 이중구조가 고착화됐다.

하청 노동자의 월급은 정규직 노동자의 적게는 50% 수준이며 불황시에는 얼마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조선업계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상생협력, 외국인 노동자 수혈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계는 상생 협력으로 오른 임금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며, 현장에서는 이중구조가 그대로라고 주장한다. 또 이중구조가 지속된 상태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도입은 숙련노동인 부족, 언어 미숙으로 인한 안전 문제 발생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었다.

현재 조선업계는 기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율주행선박, 친환경선박 등 기술력이 중시되는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점에 있다. 세계 각국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래 국내 산업을 뒷받침할 고급 노동자를 양성하지 못한다면, 현재 국내 조선업이 맞이한 슈퍼사이클은 모래 위에 짓어진 성에 그치게 된다.

현재 조선 산업의 구조적 불안함으로 대학 내에서도 조선 관련 학과가 폐과되거나 비선호되는 등 고급 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업의 이중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해결한다면 산업의 근간이 되는 탄탄한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구조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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