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만 봉?···대출금리 올리고 수신금리 낮춘 은행들
금융소비자만 봉?···대출금리 올리고 수신금리 낮춘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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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대출금리 0.4%p↑·예적금금리 0.5%p↓
예대금리차도 확대···은행 '이자장사' 지적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주요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수신금리는 잇따라 인하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지난 한 달 새 0.4%p(포인트) 가까이 오른 반면 일부 예·적금 금리는 최대 0.5%p까지 낮아진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날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3.41~5.77%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와 비교해 금리 상단과 하단이 각각 0.29%p, 0.35%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금융채 6개월)도 최고·최저금리가 0.03%p씩 올라 현재 연 3.85~6.83% 수준을 형성했다.

주담대 금리 상승은 시장금리 오름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은 올해 들어 등락을 반복하다가 3월 말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3월 말 3.746%까지 떨어졌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25일 3.976%로 연중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3.817%로 다소 안정화됐지만 3.8~3.9% 수준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밀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5~6월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물가 지표가 계속 부진하면서 현재 하반기 인하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금리 동결을 넘어 금리 인상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들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고금리 기조 장기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금리의 지표가 되는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25일 연 4.708%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국내 주요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시장금리 흐름과 별개로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증가세를 잡으려면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만큼 확실한 수단이 없다"며 "대출 증가속도와 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금리를 더 올릴 여지는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금리 오름세에도 은행들이 일부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오히려 인하, 예대금리차를 벌리고 있다. 시장금리가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금리가 떨어졌을 땐 예금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금리가 올랐을 땐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은 이달 1일 '내집마련 더불업 적금'의 1년만기 기본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2.25%로 0.25%p 인하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달 30일부터 △IBK평생한가족통장 △W효도적금 △1석7조통장 △IBK D-day적금 △i-ONE 놀이터적금 등 일부 적금의 기본금리를 만기별로 0.25~0.40%p 하향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6일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만기별로 0.20~0.30%p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른 기본금리는 기존 연 2.80~2.90%에서 연 2.50~2.65%로 낮아졌다. WON적금의 1년만기 기본금리도 연 4.50%에서 연 4.00%로 0.50%p 인하했다.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정기예금 금리가 시중은행 중에서 높은 축에 속했는데, 시장금리를 반영해 적정 수준으로 인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인하하면서 예대금리차도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27%p로 전월(1.22%p)보다 0.05%p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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