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으면 좁은 집 살라고?"···공공임대 면적 기준 '시끌'
"애 안 낳으면 좁은 집 살라고?"···공공임대 면적 기준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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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면적 제한 폐지에 관한 청원' 동의 수 2만명 넘어
"세대원 수별 기준 너무 좁다···면적 규제 저출산 해법 아냐"
전문가 "적정 면적 개념 마련, 진일보···한정된 재원을 효율 배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단지 전경.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단지 전경.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1인 가구도 여유가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생각을 할 텐데 임대주택에 살려면 원룸에 들어가야 한다고 면적 제한을 합니다. 복지가 점점 후퇴하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 후속 조치로 내놓은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과 관련해 미래 주거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자녀 수에 따라 공급 면적을 차별화해 출산율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이번 시행령의 '세대원 수별 면적 상한 기준'이 개인의 주거 환경을 저해하는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주택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시행령이 기존 논의되던 '최저 주거 면적'에서 진일보해 사람이 살 수 있는 '적정 주거 면적' 기준을 마련한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 평가했다. 

1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4일 공개된 '임대주택 면적 폐지에 관한 청원'이 이날 오후 현재 기준 2만1841명의 동의를 확보했다. 청원이 공개되고 30일 내 5만명이 동의하면 국회가 해당 사안을 논의하게 되는데 청원 만료 18일 남은 현재 약 43%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은 지난달 25일 개정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공공임대주택 세대원 수별 적정면적 기준'에 대해 "세대원 수별 규정된 면적이 너무 좁게 산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적 규제는 저출산 해법이 아니"라면서 "서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공주택사업자가 영구·국민·행복주택 입주자를 모집할 때 △세대원 수 1명 35㎡ 이하 △2명 25㎡ 초과~44㎡ 이하 △3명 35㎡ 초과~50㎡ 이하 △4명 이상은 44㎡ 초과 면적을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세대원별 면적 상한이 기존 건설‧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면적과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청원인은 기존에 유형별 주로 공급되는 면적보다 작은 상한 기준에 따라 앞으로 입주자들은 훨씬 적은 면적의 주택에 살게 된다고 지적한다. 36㎡, 46㎡, 51㎡ 등 넓은 주택이 있어도 1인 가구는 20㎡대 원룸, 2인 가구는 30㎡대 투룸(방 1개)만 입주 가능한 상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실제 해당 시행규칙은 입법예고가 진행된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지역마다 공공임대주택 구조와 면적이 다른데 새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들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련 게시물에는 '한부모가정은 어쩌라는 거냐, 방 하나짜리에 어떻게 살라고' '결혼해도 애 없으면 44㎡인데...하겠냐?' '우리 지역은 49형밖에 없는데 2인 46형까지 가능하니까 36형만 됨ㅋㅋㅋㅋ', '지역별, 세대별, 연령별 수요 공급 달라서 알아서 잘 조정하는 거 같던데 쓸데없이 손대서 망치네' '삶의 질이라는 게 있어야 결혼도 하건 말건 애를 낳건 말건 할 거 아냐. 닭장에만 몰아넣고 "이래도 안할래?"이러면 그냥 "네 안하고 죽을래요" 하는 거지' 등 댓글이 쏟아졌다.  

국토부는 자녀 수에 따라 공급 면적을 차별화하려면 새로운 기준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에 공공임대주택에 살던 가구가 재계약할 때는 새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다양한 임대주택 유형을 하나로 묶은 '통합공공임대주택'이 주로 건설되니 입주 희망자들의 불편도 차츰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상한 기준과 실제 면적 모두 행복주택 등보다 넓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입장 차이에서 발생한 이슈라면서 공공임대라는 관점에서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공공임대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임대료가 낮고 공적 재원, 즉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임대의 경우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 등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공에서 최소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 분양주택 면적과 비교하면 안 된다"면서 "특히 이번 시행령에서 하한 기준도 마련됐고, '적정 면적'이란 개념도 새로 쓰였는데 오히려 몇십년 전 마련된 최저주거기준보다 진일보한 정책 방향성과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제도 운용상 실제 현실과 맞지 않거나 더 구체적으로 보완할 문제들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공공임대주택 실공급 주요 면적과 불일치하는 게 문제라면 향후 세대별 주택 면적을 현행 기준에 맞춰서 새로 짓고 공급해야 한다"며 "한편으론 면적 하한 기준에 따라 주거의 질이 나아지면 세대원 소득이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 등 실제 운영 과정에서 세부적인 제도 보완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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