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확률 조작 의혹' 게임사 본격 조사
공정위, '확률 조작 의혹' 게임사 본격 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후 첫 조사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지난달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기 직전 국내 게임사들이 잇따라 공시 확률 정보 수정에 나선 것을 두고 '의도적인 확률 조작'이라는 의혹이 터져나오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들 게임사에 대한 처벌 가능성 유무에 게임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 자발적 신고·정정 기업에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경우 업계에 끼치는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위메이드·그라비티·웹젠 등 확률 정보 공개 시행 직전 공시 확률 변경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7일 경기 성남 위메이드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위메이드가 지난해 4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나이트 크로우' 확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위메이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법안 시행을 앞둔 지난달 29일 공지를 통해 "'나이트 크로우' 내 특정 확률 아이템 1종에 대한 웹사이트 확률 정보가 실제 확률과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조화의 찬란한 원소 추출' 상품 내 최고 등급인 '전설 등급' 아이템 획득 확률을 기존 0.0198%에서 0.01%로 정정했다.

개정안 시행 직전 공시 확률을 변경된 것은 위메이드 뿐만이 아니다.

그라비티는 지난달 20일 자사 게임 '라그나로크' 내 일부 아이템의 등장 확률을 기존 0.8%에서 0.1%로 수정했다. 수정표에 따르면 기존 공시와 확률이 다른 아이템은 100개 이상으로, 공정위는 지난 17일 위메이드와 함께 그라비티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웹젠의 '뮤 아크엔젤'은 일부 뽑기 콘텐츠에서 뽑기 횟수가 특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최상위 아이템을 얻을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해당 콘텐츠는 뽑기 횟수가 많은 사용자에게 확률 보너스를 주는 형식으로 알려졌으나, 일정 회차까지 아이템 획득 확률이 0%로 설정돼 적은 비용으로는 실질적으로 획득이 불가능한 구조로 밝혀졌다. 다만 공정위는 아직까지 웹젠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 게임 이용자 민원 잇따라···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후 첫 조사

이번 조사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공정위가 진행하는 첫 조사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지난달 22일 본격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라 게임 사업자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 정보에 대해 게임물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이용자가 알아보기 쉬운 방식으로 표시해야 하며, 이를 어기거나 거짓 확률을 표시할 경우 시정·권고 명령에 이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간 게임사들은 이번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법안을 두고 "기존 자율 규제를 통해 충분한 자정 작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정작 법안이 시행 직전이 되자 회사가 공개한 확률 정보가 실제 확률과 달랐다는 자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게임사들은 기존 공시 정보와 실제 획득 확률의 이같은 차이가 오기입·미갱신 등 단순 오류로 의도적인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게임 이용자들은 이들이 매출을 위해 고의적으로 확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공정위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확률 조작 의혹' 게임사 처벌 가능성에 관심···업계 파급력 우려도

이들 게임사는 개정안 시행 이전에 확률 오류를 인지하고 수정에 나섰기 때문에  게임산업법 개정안 위반으로 인한 처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고의성 판단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확률 공시 오류에 고의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제도 시행 직전 자발적으로 확률 오류를 밝힌 게임사에 일정 강도 이상의 제재를 가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게임사들은 스스로 자율규제를 잘 지키고 있다며 의무 공개 법안에 반대해왔는데, 법안 시행 직전 잇따라 정정 공시를 내놓는 것을 보면 고의성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형국이 돼버렸다"며 "다만 아직까지 개정안 시행 초기인 만큼, 공정위가 내리는 철퇴가 지나치게 무거울 경우 제도 정착에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조사 결과에 따라 공정위가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도 있지만, 자칫 여력이 없는 중소 게임사를 시작으로 게임 산업이 초토화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현재로서는 권고 조치나 지도 경고 정도가 이상적"이라며 "여러 사건을 두고 소비자들의 분노와 신고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 측에서도 업계에 끼치는 영향과 게임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처벌을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재발 방지 대책에도 이용자 반응 '냉랭'···"업계가 믿음 보여야"

한편 확률 정정 안내에 나선 게임사들은 잇따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웹젠은 이달 내 환불 조치와 함께 구매 상품의 회수 없이 추가 보상을 안내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개발 시 사전 검수와 업데이트 전 중간 검수, 자동화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철저한 관리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위메이드는 공개한 확률과 실제 확률을 비교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게임 내 데이터를 홈페이지 확률 정보 페이지와 직접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선 중이며, 그라비티는 관련 아이템 구매 이용자에 대해 유료 재화를 지급하고 투명한 확률 공개를 위한 새로운 확률 안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조치에도 게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대부분의 재발 방지 대책이 실질적인 대책으로서 구체적 이행 사항을 제시하기 보다는 검증 구간을 재점검하겠다는 '약속'에 가깝다는 이유다. 잇따른 확률 조작 사건에 국내 게임사의 신뢰 자산이 바닥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태 교수는 "재발방지 대책까지 낸 회사가 또 한번 소비자를 기만했을 경우 심하면 업계에서 퇴출 수순을 밟는 사례까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게임사들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게이머가 게임사를 믿지 못하는 구조다. 지금은 게임사가 믿음을 보여줘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