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딥페이크, 장난이라고?
[전문가 기고] 딥페이크, 장난이라고?
  • 이동현 법무법인 (유)에스제이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
  • jongkim@seoulfn.com
  • 승인 2024.09.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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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변호사
이동현 변호사

재판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다급하게 상담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았다. 흥분된 상태에서 울면서 “저는 중학교 선생님인데, 남학생들로부터 딥페이크 피해를 당했어요”, “변호사님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라는 내용이었다. 최근 들어 “딥페이크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딥페이크’는 딥러닝과 페이크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 편집물을 의미한다. 최근 문제 되는 것은 음란한 영상물에 지인들의 얼굴을 합성해 마치 지인들이 음란한 영상을 촬영한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적발된 피의자들 대부분은 “장난이었다”고 변명을 하나, 과연 장난으로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딥페이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등반포죄’로 처벌된다. 성폭력처벌법은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이하 ‘영상물 등’이라 한다)을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피해를 당한 경우 우선, 최대한 빠르게 수사기관에 신고(고소)를 함으로써 피해가 더욱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신고(고소)를 할 때에는 확보하고 있는 딥페이크 영상 혹은 단톡방 등에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고 있는 내용 등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고소장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런 뒤 수사기관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으면서 피의자의 휴대전화·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위 내용을 의견서 등으로 제출해야 한다. 또한 법원·수사기관에 정신과 진료 내역서 등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 상황이 심각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피의자 내지 피고인에게) 엄벌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엄벌탄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나아가 딥페이크 범죄로 인해 받은 정신적, 물적 손해에 대해서 피의자 내지 피고인에게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

딥페이크 범죄는 성인이 저지르는 경우도 있으나, 미성년자인 청소년이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만 19세 미만의 자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 소년법이 적용되어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즉, 미성년자가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른 경우 보호처분이 내려지는 정도로 사안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아무리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음란한 영상에 선생님·친구의 얼굴 사진을 합성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범죄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합성에 그치지 않고 합성한 영상을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 등에 공유하며 피해자를 조롱하고 성적으로 희롱하는 것을 스스럼없이 한다. 이러한 것을 보면 과연 미성년자라고 해서 선처를 해줘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딥페이크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구속수사와 함께 중한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엄중한 대응을 해야 한다. 딥페이크 범죄가 계속되는 것은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설사 적발되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딥페이크 범죄를 적발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구속수사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하며, 법원은 혐의가 인정되면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는 한 최대한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줄 뿐만 아니라 계속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나아가 미성년자가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른 경우 단순히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할 것이라 아니라 사안의 경중 등을 고려해 최대한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장난이라는 변명으로 딥페이크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동현 법무법인 (유)에스제이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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