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호평'이 졸지에 '혹평'으로…갤노트7과 반전의 삼성
[초점] '호평'이 졸지에 '혹평'으로…갤노트7과 반전의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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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에게 사용 중지를 권고했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매끄럽지 못한 '사용 중지 권고' 과정…'통 큰 리콜'에 흠집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삼성전자가 10일 갤럭시노트7에 대해 국내서의 사용 중지 권고 조치를 취한데 이어 이동통신사들에게도 전원을 차단하라고 공지했다. 어쩌면 당연한 조치를 수순에 맞게 진행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웬일인지 구설수에 올랐다. '삼성의 반전'이랄까?

삼성전자는 앞서 배터리 문제가 발생하자 판매된 갤럭시노트7 전량에 대해 신제품 교환이라는 용단을 내렸다. 어쩔수 없는 최선의 선택인 동시에 당장의 손실보다는 고객신뢰를 우선한 조치였다. 어림잡아 2조원대의 손실을 감수한 결단에 네티즌들은 환호에 가까운 호평을 쏟아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배터리 문제가 삼성전자에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의 삼성'이라는 평을 듣는 글로벌 기업일지라도 너무 큰 일을 겪다보니 당황한 탓일까. 이후 갤럭시노트7 '국내 사용 중지 권고' 조치를 내리기까지의 일련의 일처리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전량 신제품 교환'이라는 '통 큰 리콜'에 쏟아졌던 네티즌들의 호평은 안타깝게도 졸지에 '혹평'으로 둔갑했고 '질타'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9일까지만해도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내용은 한마디로 '안전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이로써 삼성전자가 이때까지는 적어도 국내 사용중지 권고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었음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불과 하룻만에 돌연 '사용 중지 권고'를 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인데, 바로 이 대목이 네티즌들을 뿔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0일 인터넷 뉴스룸에 '국내 사용 중지'와 관련된 공지사항을 올렸다. 그 내용의 골자는 이렇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 여러분께 사용을 중지하고 가까운 삼성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필요한 조치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서비스센터와 매장에서 대여폰을 제공하고 있으며, 9월 19일부터 새로운 배터리가 탑재된 갤럭시노트7이 준비될 예정이니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해서 사용해주기 바란다". "저희 제품을 아껴주시는 소비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

삼성전자는 또 "국내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이 해외 여행 등 타국가 이동시 불편을 최소화하고,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자 글로벌 동일 기준에 따라 사용하던 제품의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계속 모색해왔고 공교롭게도 미국 정부의 조치 이후에 발표했으나 이와 무관하게 미리부터 준비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바로 이 대목이다. 전날까지만해도 삼성전자의 갤노트7에 대한 인식은 '안전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것이 확인된 이상, 국내 소비자에 대한 사용 중지 권고 조치가 '미국과는 무관하고 미리 준비된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모로 봐도 민감한 소비자들의 심기를 건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했던 '사족'이 말썽의 불씨가 된 셈이 됐다.

삼성전자는 사용 중지 권고 조치를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날 오후에 이동통신사별 체험매장 '에스존(S.ZONE)'에 비치된 갤노트7 전시품의 전원을 차단하라고 공지했다. 우선 에스존의 시연용 단말기(LDU)는 컨트롤박스에서 해당 기기의 전원을 뽑고 단말기의 전원버튼을 눌러 파워 오프할 것을 요청했다. 그래도 꺼지지 않는 단말기는 충전되지 않게 해 자연 방전시키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갤노트7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국내 3대 통신사와 협조를 통해 개별적으로 교환 안내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분명 '호평'받기에 충분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취한 이같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실망감의 표출이 대부분이고,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불과 며칠전 '통 큰 리콜'에 쏟아졌던 호평이 무색할 정도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유는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나 권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해외에서 잇단 화재 소식과 함께 주요 항공사들이 기내 사용 금지에 나서자 뒤늦게 떠밀려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가 분명해 보이는데도 '준비된 내용'이라는 식으로 되레 '생색'을 내는 듯한 태도에 소비자들의 마음이 언짢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행스럽게도 그 사이에 갤노트7 사용으로 인한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통 큰 리콜'에 '흠집'이 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네티즌은 "만약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먼저 사용 중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더라면, 삼성도 중지조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 안전 보다는 다른 나라의 눈치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부에게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설명한 삼성이나, 삼성의 말 듣고 문제 없다고 발표한 국토부나 둘 다 소비자들의 안전은 뒷전"이라며 "미국은 자동차나 집이 전소되기 전부터 기내 사용을 금지했던 점을 보고 반성해야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업계에서도 지난 2일 문제가 발생된 뒤 회사 측의 자발적인 전량 리콜 조치로 소비자 신뢰 회복을 기대했지만, 뒤늦은 사용 중지 조치로 인한 소비자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리콜 조치가 발표된 뒤에도 국내에서는 잇달아 노트7 폭발 사건이 발생했지만, 회사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해외에서 기내반입 금지 조치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의 조치가 이어지자 그제서야 사용 중지 조치를 내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대응 방침에 실망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과 애플, 그리고 LG전자 간의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회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이번 실수를 다시한번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다시금 반전드라마를 써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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