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년 5개월 만에 1400원 돌파···환율 고공행진 어디까지
[초점] 1년 5개월 만에 1400원 돌파···환율 고공행진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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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경기 호조에 중동리스크까지 강달러 지지
7거래일 만에 52.9원 급등···"명백한 오버슈팅 구간"
다음 천장은 1420원 vs 1440원···"예측 어렵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됐다. 이날 환율은 전일보다 5.9원 오른 1389.9원으로 출발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됐다. 이날 환율은 전일보다 5.9원 오른 1389.9원으로 출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 만에 1400원에 도달했다. 견조한 물가·경기 지표에 강달러 모멘텀이 확대된 데다, 중동리스크에 위험회피심리가 불거진 영향이다. 미국과 주요국 간의 탈동조화 역시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문제는 이 같은 환율 오름세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동 확전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환율이 지난 2022년 당시 최고점인 1440원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당 1400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 여파가 잔존한 지난 2022년 11월 7일(1413.5원, 고가) 이후 최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지난 5일을 시작으로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이날(고점 기준)까지 7거래일간 상승분만 52.9원에 달한다.

이 같은 원화 약세에 정부도 사실상 구두개입에 나섰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물가·경기·지정학적 리스크···"온통 달러 강세 재료뿐"

이처럼 환율이 단기간내 급등하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짧은 기간내 발생한 다양한 이벤트들이 모두 강달러 모멘텀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먼저 3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근원 CPI 상승률이 각각 3.5%, 3.8%를 기록, 시장 전망(3.4%, 3.7%)을 웃돌았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하면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였다. 특히 최근 이란의 보복공격 등으로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중 87.67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 경기지표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3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나 급증했는데, 이는 전월 상승률(0.6%)과 시장 예상치(0.4%)를 모두 상회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자동차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1.1% 상승, 시장예상(0.5%)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30만3000명)도 예상치(20만명)를 상회했으며, 제조업 경기도 17개월 만에 확장국면에 진입하는 등 우월한 경기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탈동조화 가속···피봇 전망 후퇴한 연준, 임박한 주요국

반면 견고한 미 경기지표와 물가지표에 연준 금리인하 시점은 크게 후퇴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가장 유력한 금리인하 시점은 오는 9월(45.7%)이다. 또한 연내 인하 횟수도 2회(50bp)로 줄어들었다.

올해 초 가장 유력시된 금리인하 시점이 3월, 지난달 CPI 발표 전에는 6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하 시점이 분기 단위로 후퇴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공개된 점도표(-75bp, 연말 기준)보다 긴축적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연준과 주요국간의 통화정책 탈동조화다. 지난달 21일 스위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주요국들의 금리인하 시기가 임박한 것이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6월 인하 가능성에 불을 지폈으며, 앞서 영란은행(BOE) 역시 인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지난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탈동조화 가능성을 언급,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달 초 103.8선에 머물렀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106선을 돌파한 상태다. 반면 원화를 비롯한 유로, 파운드, 엔화 등 주요국 통화는 일제히 하락하며 달러 강세를 지지했다.

◇이례적인 오버슈팅 구간···추가 상승가능성은?

원·달러 환율은 어디까지 상승할 것인가. 현재 환율 오름세에 시장 관계자들은 일제히 오버슈팅 국면이라 평가하며, 향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한다. 또한 최근 몇년새 최고점인 지난 2022년 10월 17일(1441.3원, 고가) 수준을 넘어설지 여부에도 의견이 분분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현재 상단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간이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1차 저항선을 1420원, 2차 저항선을 1450원으로 제시했다.

문정희 연구원은 "하루새 달러인덱스가 0.5p 상승한 반면, 환율은 1.1%p 가량 올랐다. 기존 상승분을 감안하면 명백한 오버슈팅 구간으로, 펀더멘탈 등을 감안한 예측이 쉽지않다"면서 "다만 해당 레벨은 미 경기지표가 조금만 약해지면 급하게 내려올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심리나 수급측면에서 좀 더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예상 레벨까지 올라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약세다. 여기에 지정학적 갈등까지 더해져 당분간 추가 오버슈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중동 갈등 전개 상황에 따라 확전으로까지 연결될 경우 다음 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400원을 넘어선 경우가 IMF 이후 세 번에 불과하다. 해당 레벨 자체가 이례적인 만큼 다음 레벨 등을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펀더멘탈 등을 고려하면 현재 레벨이 다소 높은 구간임을 부정할 순 없다. 중동 확전 등으로 국제유가 등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1400원 근처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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