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불법개설' 대구은행, 중징계 확정···시중은행 전환 영향 '미미'
'계좌 불법개설' 대구은행, 중징계 확정···시중은행 전환 영향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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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정례회의서 '영업정지 3개월'·과태료 20억원 확정
21년 8월~23년 7월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 1657건 개설
제재 리스크 불확실성 해소···이르면 이달 말 전환 인가심사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DGB대구은행이 지난해 8월 일으킨 증권계좌 불법 개설 사고로 '일부업무 영업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앞으로 대구은행은 최소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대구은행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됐지만 금융당국의 은행업 과점체제 해소 의지가 큰 만큼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오후 제7차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대구은행의 증권계좌 불법 개설과 관련해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업무 3개월 정지' 및 과태료 20억원의 기관제재를 의결했다. 또 법 위반 직원 177명에 대해 감봉 3개월·견책·주의 등 신분제재를 내렸다.

앞서 대구은행 영업점 56곳 직원 111명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2년간 고객 동의 없이 1657개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했다. 피해를 본 고객 수만 1547명에 달했다. 당시 대구은행 직원들은 내점 고객이 A증권사 계좌 개설을 신청한 후 전자신청서 등을 작성·서명하면, 해당 신청서의 내용을 임의로 수정해 고객이 신청하지 않은 B·C증권사의 계좌도 함께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으로 고객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이를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와 개인 실적에 반영하는 등 은행 내부통제 전반에 문제가 있던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대구은행 영업점 229곳의 경우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고객 8만5733명에 대한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할 때 계약서류인 '증권계좌개설서비스 이용약관'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고를 두고 당국은 대구은행이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 시 정당한 실지명의 확인의무(제3조) 및 금융거래의 비밀 유지의무(제4조) △은행법상 금융사고 예방대책 준수의무(제34조의3)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계약서류 제공의무(제23조)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영업정지 3개월은 상당한 수준의 중징계다. 금융회사 기관 제재는 △등록·인가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기관경고 이상을 받을 경우 해당 금융회사는 최소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직접 증권계좌 불법개설 행위를 저지른 직원 111명 외 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 등까지 총 177명의 직원들에 대해 신분제재 조치가 내려졌다. 이와 관련 금융위 측은 "다수의 대구은행 영업점 및 직원이 이번 사고와 관계돼 있는 점, 대구은행 본점 마케팅추진부가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방침을 마련했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는 데 소홀했던 점을 고려해 본점 본부장 등에게 감독자 책임을 물어 조치 대상자로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구은행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됐지만 시중은행 전환 인가심사는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7월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초 금융위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지난해 금융당국에서 진행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 논의 결과에 따른다.

당시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업계 경쟁을 촉진하고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할 수 있도록 은행업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후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당국도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영업 권역을 키울 만한 자본력과 경영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 신속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계좌 불법개설 사고가 터지면서 시중은행 전환 인가신청이 미뤄졌고, 일각에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다만, 이번 징계는 대구은행의 대주주가 아닌 기관 및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인가 요건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은행법상 시중은행 전환 인가 요건은 △자본금 요건 △대주주 요건 △사업계획의 타당성 △임원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요건 등이 있다.

당국 내부에서도 인가 요건과 크게 관련 없는 건으로 시중은행 전환을 과도하게 가로막을 필요가 있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금융당국은 올해 1월 마련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인가방식 및 절차'를 통해 주주가 아닌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로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인가 요건 중 '대주주 결격 사유'나 은행업감독규정상 인가심사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특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은행 과점체제 해소와 30년 만의 시중은행 탄생 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히려 이날 제재 수위 확정으로, 제재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가 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대구은행은 이날 금융위 제재조치가 확정된 후 입장문을 내고 "철저한 내부통제 마련을 위해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신설했다"며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 조기도입 추진 △외부 전문가 준법감시인 신규 선임 △전문화된 시스템 도입 등 선진화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고도화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와 타협이 없다는 전 임직원의 책임감 제고를 통해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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