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우리금융, '非은행 포트폴리오' 숙원 풀다···순풍에 돛?
[초점] 우리금융, '非은행 포트폴리오' 숙원 풀다···순풍에 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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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출범 이어 1.5조원에 동양·ABL생명 인수 결정
자산 50조 규모 업계 6위 생보사 탄생···계열사 시너지 기대
제재리스크 등 악재···재무건전성, 구조조정, 비용 등도 부담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결정했다. 자산 50조 규모의 대형 생보사를 갖추게 되면서, 숙원인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완성을 앞두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불거진 부당대출 관련 당국 제재 불확실성이 잔존한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양사의 낮은 재무건전성과 인력 구조조정 우려, 통합 비용 등도 최종인수까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비은행 계열사 구색갖추기 목전···자산 50조 생보사로 경쟁력↑

지난 28일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를 통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를 총 1조5493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약 33조원, ABL생명은 약 17조원이다. 단순 합산시 자산규모가 50조원을 돌파, 농협생명(약 55조원)의 뒤를 잇는 업권 6위의 대형 생보사가 탄생하게 된다. 증권 계열사 출범에 이어 보험 부문이 충족되면서 약점으로 꼽혔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상당 부분 확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높은 은행 의존도는 우리금융 저평가의 핵심 근거였다. 지난해 우리금융 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일년새 19.9%나 급감했는데, 그 중심에는 은행권 민생금융지원과 충당금 등이 있었다. 3위를 두고 경쟁했던 하나금융의 역시 같은 요인으로 은행 실적이 급감했지만, 비은행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3.3% 감소에 그친 3조4516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대비를 이뤘다.

우리투자증권에 이은 동양·ABL생명의 인수로 해당 약점이 상당부분 보완될 예정이다. 양사의 순익이 작년 기준 38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지난 1일 출범한 우리투자증권까지 고려하면 작년 기준으로도 우리금융의 순익이 3조원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96%에 달했던 은행 의존도도 80% 초반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험의 경우 고령화 및 은퇴, 1인가구 증가 등 사회인구구조 변화로 니즈가 다양화되고 확대됐다. 성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장기적으로 비은행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 확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당국 제재 가능성 '걸림돌'···'자회사 편입' 규정시 이상 無

문제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로 인한 당국 제재로 인수 과정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1항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금융위의 적격성 유지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또한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15조 3항에서는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이나 중지명령,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취득결정공시에서 취득예정일자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수 관련 불확실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수사 및 검사 결과 확정 전까지 승인심사가 미뤄질 수 있고, 인수시기도 내년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인수를 의결한 배경에는, 해당 건이 대주주의 변경이 아닌 자회사 편입으로 규정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경우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법 16·17조에 따라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재무상태, 경영관리상태 등에서만 당국의 심사를 받게 된다. 해당 기준에 미달될 경우에도 개선을 위한 조건을 붙여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대주주 적격성심사가 이뤄진다 해도 금융사지배구조법상 적격성 심사를 마치는데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과, 부당대출의 주체가 우리금융이 아닌 우리은행으로 규정될 경우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인수를 강행할 여지가 충분했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의 인수에 유래 없는 속도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가 끝이 아냐"···비용·구조조정 등 리스크 잠재

제재 리스크 뿐만 아니라 인수과정에서 재무건전성 등 산적한 과제들도 우려요인이다. 

양사의 경과조치 적용 후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동양생명이 167.1%(6월 말), ABL생명이 160.55%(3월말)로 당국의 권고치(150%)를 겨우 웃돌고 있다. 다만 경과조치 해제시 권고치를 크게 하회하는 110% 전후로 예상되고 있어, 자본 확충을 위한 대규모 증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통합 과정에서 업무영역이 겹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유력해 보인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동양·ABL생명의 임직원 수는 1697명(924명, 773명)으로, 업권 4·5위인 신한라이프(1530명)와 농협생명(1015명)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일례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으로 탄생한 신한라이프 역시 2021년 출범 직후 25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동양·ABL생명 노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금융에 고용승계를 강력히 요구했다. 통합 과정에서 전산시스템 관련 비용과 양사 직원 간의 갈등 역시 불거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지주 편입과 합병 과정에서 증자, 전산·인력 통합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양사의 상반기 순이익이 2000억원에 이른다. 중장기 이후에는 금리 하락기 은행 이자이익 정체를 상쇄할 비이자이익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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