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모빌리티리더②] '변화·혁신의 귀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목표는 퍼스트무버"
[창간22-모빌리티리더②] '변화·혁신의 귀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목표는 퍼스트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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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기아차, 디자인경영 통해 황금알 낳는 거위로 바꿔···제네시스도 선봬
코로나19 극복 이후 신사업 추진 박차···"패스트팔로워 아닌 퍼스트무버로 거듭나야"
취임 4년만에 판매량·수익성 글로벌 톱3 진입···"발전 추구해야 지속 성장 가능성↑"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 항공, 조선, 방산 등 국가 기간산업을 이끌고 있는 재계 리더들이 지속 성장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파이낸스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이들 리더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미래 전략에 대해 5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2005년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한 해다. 당시 기아차는 품질 문제로 수익성이 지속 하락, 누적 적자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업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기아차 수장으로 부임한 정 회장은 '회사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며 변화와 혁신을 예고했다. 그의 경영 정상화 핵심 전략은 '디자인'이었다. 정체성 확립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듬해 독일의 완성차 업체 아우디·폭스바겐에서 이름을 날린 세계적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차 디자인 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디자인이 나쁘면 팔리지 않는다"는 정 회장의 설득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우수 인재를 영입한 정 회장은 K7, K5 등 디자인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차를 잇달아 시장에 선보였다. 대중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일식 디자인에 관심을 보였고, 기아차는 돈 먹는 하마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했다.

2009년 정 회장은 기아차 경영 성과를 인정받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올라섰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세계적 금융 위기와 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었다. 정 회장은 "유일한 돌파구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는 것"이라면서 임직원들에게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선대회장이 줄곧 강조해 온 '품질경영'을 주문했다. 동시에 기아차에서 시행한 디자인경영의 현대차 이식도 지시했다. 고급화 전략도 추진했다. 1등 업체를 따라 하기 바쁜 '2등 전략'으로는 절대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2015년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식에 등장한 정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현대차 정신이 아니다"면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다지겠다"고 했다. 제네시스는 G80, EQ900, G70 등으로 빠르게 라인업을 확장하며 성장 페달을 밟았다. 2017년에는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의 소유자 만족도 조사에서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컨슈머리포트는 이러한 성적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고품질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 현대자동차)
(왼쪽부터)보스턴다이내믹스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차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020년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회장에 등극했다.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하며 경영 무대에 등장한 지 15년만이었다. 정 회장 앞에 놓인 첫 과제는 '세계적 전염병 코로나19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였다. 정 회장은 셧다운으로 인한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15% 이상 급감하는 시점에도 굴곡 없는 판매량을 지킬 수 있었다.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에도 발 벗고 나섰다. 완성차 제조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변화를 멈추면 쉽게 오염되고, 도전하지 않고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뿐 아니라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패스트 팔로우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퍼스트 무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중심 판매 전략을 제시했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맞아떨어지고, 무엇보다 기존 판매하던 내연기관차 대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차종이라는 점을 알아본 것이다. 수익성이 높으면 곳간을 가득 채울 수 있고, 넘치는 재원을 통해 신사업 투자도 지속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취임 4년만에 연간 매출액 200조원, 영업이익 30조원 시대를 맞이했다. 올 상반기에는 판매량과 수익성 모두가 글로벌 톱3에 안착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올 1∼6월 세계 시장에서 361만6000대를 팔아 도요타(516만2000대), 폭스바겐그룹(434만8000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출액 139조4599억원, 영업이익 14조9059억원을 기록해 도요타(212조9000억원·22조5000억원), 폭스바겐그룹(235조9000억원·14조9300억원)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10.7%를 거둬, 도요타(10.6%), 폭스바겐그룹(6.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피력해 온 정 회장의 시선은 이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기술 고도화와 함께 로보틱스, A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상용화, 미래 에너지로 평가받는 수소 생태계 구축, 에너지·모빌리티·물류라는 3대 핵심 요소를 적용한 스마트 시티 확보 등으로 향해 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는 빅 블러(Big Blur) 시대 및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올 초 신년회에서 "대부분은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은 곧 정체되고 도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경쟁자들을 따라잡고 경쟁하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품질과 안전,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가격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실하게 갖춰 꾸준한 발전을 추구해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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